인터뷰

일본 유일의 한국어 공부책 출판사 ― 하나출판사 대표 배정렬

한국과 일본을 한 해 1,200만 명이 오가는데, 서로의 말을 조금 아는 일이 무엇을 바꾸는지 묻는 사람이 도쿄에 있다.

사공영2026. 7. 30.
도쿄 진보초의 헌책방 거리
도쿄 진보초의 헌책방. 매년 11월 이곳에서 K-BOOK 페스티벌이 열린다. 사진 Real Estate Japan, CC BY 2.0

안녕하세요, 여러분? 유유에서 맥집자로 일하는 사공영입니다. 낮에는 책을 만들고 밤에는 맥주를 찾았었지요. 마지막으로 맥주 마신지가 언젠지, 아득하네요.

여러분 혹시 K-BOOK 페스티벌이라는 행사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매년 11월에 도쿄 진보초에서 열리는 독특한 도서전입니다. 일본에 수출되어 번역 출간된 한국책, 일본 출판사에서 펴낸 한국 콘텐츠 관련 책이 다양하게 소개되기도 하고, 주로는 일본 내 출판사들이 부스를 꾸려 그런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지만 매년 몇몇 한국 출판사들도 참가해 부스를 꾸리기도 합니다.

유유는 2년 전, 2023년 11월에 초대받아 참가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더듬더듬 한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유유에서 펴낸 한국어로 쓰인 책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잔뜩 사 간 독자님,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없어서 현금 결제만 받고 있다고 하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시면서 순식간에 건물 건너편 ATM기에서 책값을 인출해 오신 일본 유유 찐팬 독자님, 김겨울 작가님 팬이라며 한참을 서서 『책의 말들』 감상 후기를 들려주셨던 독자님, 일본에서도 보름유유를 보고 있다며 플래그테이프를 잔뜩 붙인 유유책을 들고 나타나 주신 감사한 독자님. 다 팔고 싶었지만 진짜로 다 팔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책 박스를 깨끗하게 비우고 두 손 가볍게 돌아왔지요.

오늘의 인터뷰이는 바로 그 재작년 K-BOOK 페스티벌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일본 유일의 한국어 공부책 출판사 대표님이십니다. 사실 그날은 대표님은 못 뵀고 텐션이 남달랐던 직원분들과만 인사했는데, 올해 우연히 도쿄에 갔다가 대표님을 뵙고 보름유유 인터뷰이가 되어 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렸어요. 그럼 얼른 만나 보시죠!

우리가 만드는 책으로 한국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맥집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에요. 하나출판사를 일본의 유일한 ‘한국어 공부책 전문 출판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 식견이 넓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본 내에서 한국어 공부책을 전문으로 출판한다고 소개하는 출판사는 하나출판사 말고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운영하고 계신 하나출판사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배정렬 HANA는 주로 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입니다. 한국어 교재 전문이라는 점에서는, 일본에서 사실상 유일하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어 교재뿐 아니라 한국 요리 레시피북도 내고 있고, 한국어 온라인 학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와! 한식 요리책이랑 한국어 학원이라니. 생각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계시네요. 급 어떤 경력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하나출판사는 언제부터 운영하신 건지, 하나출판사 운영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같은 거요. 본격적으로 한국어 관련 콘텐츠를 만드시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출판업계에 몸담게 된 건 1997년부터였으니까 경력은 30년 정도 됩니다. 이전에는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그러다가 당시 일본 내에서 서서히 알려지고 있던 『English Journal』이라는 영어 학습 잡지를 발행하는 영어 교육 분야 출판사 아르쿠(ALC)에 입사했습니다. 거기서 해외 유학 가이드북이나 TOEFL, GRE 같은 시험 대비서를 만드는 편집부에서 출판 일을 처음 배웠죠. 그렇게 몇 년을 일했는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에서 한국어 학습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그때 『English Journal』이 있다면 ‘Korean Journal’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그 기획을 제안하고 『한국어 저널』이라는 잡지를 만들었죠. 그렇게 1인 편집부를 꾸린 것이 한국어 학습서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잡지는 한일 월드컵에 맞춰 2002년 7월 1일에 무사히 창간했고, 다행히도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한동안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독립해서 HANA를 열었죠.

우와, 2002년 월드컵! 저 그때 중학생이었어요. 기획력도 추진력도 탄탄한 편집자셨네요. 이후로는 어떤 것들을 만드셨어요? 찾아봤더니 수첩이나 캘린더도 만드시는 것 같아 보였어요.

신생 출판사인 HANA는 처음에는 자본이 미약했기 때문에 제작사로서 다른 출판사의 책을 만들어 주는 일을 했어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등 다른 분야 책도 만들었고요. 하지만 한국어 책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한국어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쭉,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한국어·한국 관련 책을 집중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하나출판사 독자님들은 주로 어떤 분들이에요? 잘은 모르지만 시기에 따라 독자 수나 성향이 바뀌기도 할 것 같아요. 한류 열풍이 거셌을 때도 있지만 혐한 시기도 있었고, 생각보다 다양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잖아요. 그런 흐름에 따라서 독자들도 바뀌는지 궁금해요. 그에 따라서 기획하고 펴내는 책의 방향도 바꾸셨어요?

가장 두터운 독자층은 40~60대 여성이고, 이건 2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2002년에는 월드컵도 있었지만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도 크게 흥행해서 일본에 욘사마 열풍이 불었었죠. 그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신 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때 시작하신 분들은 많지 않고, 새로운 학습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혐한’ 때는 물론 영향을 받았죠. 학습자들이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위축되기도 하고, 서점의 한국어 학습서 코너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가 전 직장에서 창간한 『한국어 저널』도 휴간하게 됐어요.

하지만 HANA 책의 방향을 다른 분야로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시기에 한국어 학습자들을 응원하고자 한국어 학습 잡지 『HANA』를 새로 창간했고, 서점 매장을 활성화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은 한국을 잘 알고 한국어 학습을 이미 삶의 일부로 삼고 있어요. 미디어가 무슨 말을 하건, 혐한 분위기가 조성되건 어쨌건 흔들리는 일 없이 공부를 계속하신 분들이 많았어요. 2015년 5월에 잡지 『HANA』에서 “나에게 한국어는?”이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이걸 증명하듯이 독자분들이 이런 답변들을 주셨어요.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도구 / 삶의 가치 / 인생의 벗 / 인생의 동반자 / 나의 세계를 바꿔 준 연인 같은 존재 / 풍요로운 삶의 문을 열어 준 것 / 퍼즐 조각을 찾는 끝나지 않는 인생 / 여행 / 새로운 나를 찾게 된 계기 중 하나 / 비밀 도구 / 나의 삶에 활력을 주는 것 / 노화 예방용 보충제 /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가까운 한국 그 자체 / 사랑하는 연인 / 생활의 일부 / 나에 대한 도전 / 평생 배우는 것 / 가족의 일원 / 활력의 원천 /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존재 / 멀고도 가까운 외국어 / 끝나지 않은 꿈 / 파트너 / 이상적인 나에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 / 또 하나의 모국어 / 편안하게 즐기는 등산 / 아직은 짝사랑 / 초코파이처럼 가까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외로워지며 때로는 무작정 갖고 싶어지는 것 / 가정도 아니고 직장도 아닌 인생의 세 번째 거처 / 현실 도피 아이템 / 영원한 파트너……

와, 감동적이에요. 감사한 일이네요.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 근데 하나출판사 직원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요. 저 2년 전에 아주 잠깐 뵈었지만, 정말 남다르셨거든요. 다들 열정적이시면서도 따뜻하고, 정도 많고, 일하는 걸 재미있어 하고, 뭐든 열심히 하신다고 느꼈어요. 몇 명이나 함께 일하고 계세요? 어떤 분들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HANA는 워낙 작은 회사라 가족 같은 분위기예요. 출판부장 겸 홍보 담당 1명, 편집장 1명, 편집자 1명, 영업 직원 1명이 같이 일합니다. 학원 담당 직원도 1명 있었는데 현재 육아휴직 중이고요. 그 외에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사람이 총 3명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한국어를 할 수 있으니 한국 분들께는 친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들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역시! 다들 오래 일하셨나 봐요. 그럼 저자 섭외는 주로 어떻게 하셔요? 한국어 공부책 저자 중에는 아무래도 한국 분들이 많으시려나? 아니면 일본 분들이 많으세요? 한국어 잘하는 거랑 한국어 공부책 잘 쓰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까, 어떤 분들이랑 주로 작업하시는 거예요?

일본인 저자도 있고, 한국인 저자도 있죠. 잡지를 만들었던 덕분에 저자를 많이 알고 있기도 했고 잠재적 저자들과도 접점이 꽤 있었어요. 초기에는 그런 분들과 주로 작업했죠. 한국어 전문 출판사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다고 제안받는 일도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학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유튜브 콘텐츠를 살펴보는 등 새로운 저자를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어요.

해외 타이틀을 수입해 와서 번역 출간하시기보다는 직접 섭외해서 집필 의뢰하는 방식으로 만드시는 경우가 많겠지요? 혹시 한국 시장도 가끔 보고 계세요? 한국에서도 우리말 공부책, 글쓰기책 펴내는 출판사가 정말 많거든요. 저희 유유도 한국어 공부책 꾸준히 내고 있고요. 히힛. 한국책 가운데 일본에 소개할 만한 것이 없나 찾아보기도 하시는지, 한국의 그런 책들과 하나출판사가 내는 책들은 조금 달라서 굳이 참고하고 계시지는 않는지 궁금해요.

한국에서 나오는 한국어 공부책은 일본인을 대상으로 기획한 책은 아니니까 문법이 비슷한 일본어 화자에게는 불필요한 부분이나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해요. 일본어가 모국어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교재를 만들려면 일본에서 기획하는 게 좋죠. 물론 한국책 판권을 사 오는 경우도 꽤 있어요. TOPIK 시험 대비는 아무래도 본가인 한국이 앞서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에서 나온 책을 들여와서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KBS의 라디오 프로나 아나운서용 교재를 책으로 만들거나, MBC 뉴스데스크의 아카이브를 활용한 시사 한국어 교재를 제작한 적도 있습니다.

TOPIK은 한국어능력시험을 말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 동포와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시험으로, 한국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한다.

근래에 가장 사랑받는 하나출판사의 책들 소개 좀 해 주세요.

가장 많이 팔리는 건 TOPIK 대비서예요. 이건 앞에서 말씀드린 주요 독자층뿐 아니라 취업이나 유학을 위해서 시험을 보는 젊은 층도 많이 사서 보거든요. 『하루 4페이지만! 쉬운 기초 한국어』와 『초등학생을 위한 처음 만나는 한국어』 같은 입문서도 많이 팔립니다. 꽤 화제를 모았던 책으로는 뚝배기를 부록으로 붙였던 레시피북 『뚝배기로 손쉽게 만드는 한국 찌개 국물』이 있었어요. 만 부를 찍었고, 매진되어서 지금은 절판 상태예요.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은 책으로는 경상도 사투리 입문서 『말해 보자! 부산말』이 있었고, 후속작으로 『말해 보자! 제주말』을 제작 중입니다.

오! 저희 유유도 준비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 흐흐. 경상도 사투리 책도 작년에 나왔고요. 분위기를 좀 바꿔서, 대표님 취미 있으세요? 저번에 마작 좋아하시는 것 같아 보이셨어요. 일하는 시간 이외의 여가에는 어떤 일들을 하세요?

마작은…… 사실 고등학생 때 많이 했는데 사회인 된 뒤에는 거의 안 했어요. 과외 선생님이 마작을 가르쳐 주셨거든요. 공부 끝난 뒤에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몇 시간이고 마작을 하던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치바현 보소반도 바닷가에 목조 단독주택을 하나 사서,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대박.

시간이 있을 때 가족과 함께 그곳에 가서 집을 직접 손보기도 하고, 바다에서 패들보드나 카약,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집콕해서 책이나 만화를 읽으면서 쉬기도 하고요. 만화책이 잔뜩 있습니다.

아 너무 부럽네요. 멋지시고요! 하나출판사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요, 혹시 한국출판사 또는 독자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교류하고 싶으시다면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고 싶으신지도 함께 여쭙습니다.

HANA 직원들은 모두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출판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서로 좋은 점을 소개하고, 친목도 넓혀 가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몇몇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분들과 교류가 있어, 서로의 나라를 방문할 때는 식사를 함께하기도 해요.

이런 교류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한국 문화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 다른 분야의 출판도 해 보고 싶습니다. 또 일본 출판업계는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데, 한국의 출판사 중에는 일본에 판권을 팔고 판매 보고만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일본에서 직접 출판하고 싶은 의욕을 가진 곳도 있겠죠? 그런 출판사들을 도울 방법은 없는지, 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는지 요즘 고민하고 있습니다.

와아, 저희 유유도 하나출판사에 도움을 요청할 날이 오면 좋겠어요! 재미난 일도 같이 해 보고요! 마지막으로 아마 이번 저희 뉴스레터를 통해 하나출판사와 일본의 한국어 공부책, 이런 책을 기획하시는 대표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될 한국 독자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독자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 주세요.

지금 한국과 일본을 1년에 약 1,200만 명이 오가고 있습니다. 하루로 치면 3만 명 이상이 비행기나 배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죠.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더 좋은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작은 쌓임이 다음 세대에 평화로운 세상을 남길 길이라고 믿고 언어 출판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독자분들도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어로 일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유유 뉴스레터 「보름유유」에 실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