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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아더 마인즈』 후기

문어가 통증을 느끼는지 신중하게 미뤄두었던 질문에, 그 사이 쌓인 증거들이 조금씩 대답하기 시작했다.

피터 고프리스미스2026. 2. 16.
책을 펼쳐 들고 낭독하는 피터 고프리스미스
애들레이드 작가 주간에서 『아더 마인즈』를 낭독하는 피터 고프리스미스. 사진 Danimations, CC BY-SA 4.0

『아더 마인즈』가 출간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문어와 다른 두족류, 그리고 비인간(nonhuman)의 정신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쌓여왔다. 이 책의 막바지에 제기한 환경 문제의 중요성 또한 더 커졌다.

문어를 비롯한 두족류에 관한 지식의 진보는 '주관적 경험(subjective experience)'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아더 마인즈』에서 나는 문어가 통증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취했는데, 당시에는 그 주제에 관한 연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진 알루페이(Jean Alupay)와 동료들의 논문을 들어 문어가 다친 부위를 돌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다른 연구가 없었다. 그러다 2021년, 로빈 크룩(Robyn Crook)이 문어의 통증과 관련된 몇 가지 행동을 관찰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통증, 혹은 적어도 통증과 유사한 형태의 경험에 대한 꽤 훌륭한 증거를 제시한다. 실험에서 문어들은 (그리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아세트산 주사를 맞았던 장소에 가기를 꺼렸고, 몸의 상처 부위를 다듬고 돌보았다. 진통제(인간에게 쓰이는 것과 같은 역할의 약물)를 투여받은 문어들은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츠신 쿠오(Tsu-Hsin Kuo)와 동료들의 또 다른 논문에서는 갑오징어가 상처 부위를 보살피는 행동을 자세히 조사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진통제가 그런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이 논문 역시 이 동물들이 통증과 유사한 무언가를 느낀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아더 마인즈』가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곤충이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가 현저히 부족했다. 이제는 그 증거가 한층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마틸다 기번스(Matilda Gibbons)와 공저자들의 논문은 『아더 마인즈』에서 소라게의 사례로 논의되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상충 관계(trade-offs)', 즉 호박벌이 신체적 괴로움과 다른 비용을 저울질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증거가 결정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어쩌면 영영 그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일련의 새로운 결과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다양한 무척추동물에게서 (통증과 유사한 상태를 비롯한) 주관적 경험이 존재할 가능성을 더 높여주었다.

매튜 로렌스, 데이비드 쉴, 그리고 나는 호주 저비스 만(Jervis Bay)에 있는 '옥토폴리스(Octopolis)'를 계속 방문해 왔다. 이 책의 첫 페이지와 다른 장에 묘사된 곳이다. 2016년에는 마티 힝(Marty Hing)과 카일리 브라운(Kylie Brown)은 문어 밀집도가 높은 두 번째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은 옥토폴리스에서 멀지 않았고, 꽤 비슷했다. 우리는 그곳을 '옥틀란티스(Octlantis)'라고 이름붙였다.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두 번째 장소를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불행히도 2021년 무렵부터 두 곳 모두, 특히 옥토폴리스가 너무도 잠잠해졌다. 최근에는 문어가 거의 목격되지 않고 있다. 호주의 이 일대에서 문어들은 대체로 별 탈 없이 서식하고 있기에,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옥토폴리스는 이전에도 쇠락했다가 회복한 적이 있으니, 어쩌면 다시 회복될지도 모른다. 그러길 바란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후생동물』에서는 시드니에서 멀지 않은 호주 동쪽 해안의 넬슨 베이(Nelson Bay)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이 많이 나온다. 그곳에는 문어가 많지만, 옥토폴리스에서처럼 좁은 지역에 많은 개체수가 모여들지는 않는다. 아마도 넬슨 베이에서는 문어들이 여러 장소에서 좋은 굴(den)을 찾거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옥토폴리스에 많은 문어가 한곳에 모여든 이유가, 그 주변 환경 대부분이 굴을 짓기에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몇 문어들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참아내기로 했을 것이다.

시드니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이처럼 놀라운 야생 동물들을 방문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다. 문어, 갑오징어, 돌고래, 새, 그리고 다른 많은 동물들은 도시가 비대해져 가는 와중에도 인간 주변에서, 그리고 인간 사이에서 그들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남획과 과도한 바다 착취로 인해 많은 해양 종이 고갈되고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숲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더 마인즈』에서 묘사한 문어 그리고 갑오징어와의 만남은 내 사유의 세계를 여러 면에서 변화시켰다. 그 만남은 내 나머지 삶의 많은 부분 또한 변화시켰다. 이제는 주변의 모든 비인간들의 정신을 훨씬 더 의식하게 되었다.

호주에서는 인간과 매우 다른 동물들을 꽤 자주, 가까이에서 마주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정신을 바라보는 호주 철학의 관점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마 어느 정도는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과의 조우는 생태학적 문제나 자연 보존에 대한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호주 원주민들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려는 태도가 더해졌다. 이 변화는 우리 모두가 깃들어 살아가는, 이 풍요롭고도 연약한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아더 마인즈』가 한국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한국과 호주는 지구에서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바다 그리고 태평양으로 연결되어 있다. 살아있고 감각하는 동물의 연결고리, 그 끊어지지 않는 실 한 가닥이 우리 사이의 물을 가로질러 뻗어 있다.

이 글은 『아더 마인즈』 개정판 한국어판 후기에 실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